영화의 시초 - <움직이는 말>(The Horse in Motion)(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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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초 - <움직이는 말>(The Horse in Motion)(1878)

by 영훈 B 2023. 9. 3.

2022년에 개봉한 조던 필의 영화 <놉> 속에 등장하는 <움직이는 말>은 영상의 시초이자 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연속 사진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움직이는 말>의 중요성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움직이는 말>의 탄생

1871년 미국 사업가 릴런드 스탠포드(Leland Stanford)는 지인들과 내기를 합니다. 이 내기는 지인들과의 논쟁에서 시작한 것으로 달리는 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릴런드의 지인들은 말이 달릴 때 땅에서 발을 전부 떼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릴런드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다르게 발을 전부 떼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릴런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yubridge)라는 영국 사진작가를 섭외합니다. 릴런드는 에드워드에게 달리는 말의 발을 확인할 수 있는 연속 사진을 찍도록 의뢰합니다.

1878년 에드워드는 일정한 간격으로 카메라를 설치하여 줄이 당겨질 때마다 사진이 찍히도록 설계합니다. 달리는 말이 줄을 건드릴 때마다 사진이 찍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 결과 에드워드는 12개의 카메라로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을 포착해 내고 말이 달릴 때 네 발을 모두 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릴런드는 내기에게 이깁니다.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움직이는 말> 중 샐리 가드너의 연속 사진(1878)(1879년 버전).

<움직이는 말> 속 6개의 카드

<움직이는 말>은 말 그대로 사진 모음집입니다. 그 안에는 6장의 카드가 들어있으며 카드마다 6장 혹은 12장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모두 릴런드의 의뢰로 1878년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카드의 상단에는 말의 연속 사진이 크게 위치하고 있고 그 아래 연속 사진에 등장하는 말의 이름, 말의 소유자, 기수 혹은 운전자의 이름, 그리고 찍은 날짜 같은 정보가 작게 쓰여있습니다.

카드에 등장하는 말은 총 4마리로 이름은 에이브 에징톤(Abe Edgington), 마호메트(Mahomet), 샐리 가드너(Sallie Gardner), 그리고 옥시덴트(Occident)입니다. 에이브 에징톤 카드 3장, 마호메트 카드 1장, 샐리 가드너 카드 1장, 그리고 옥시덴트 카드 1장으로 총 6장의 카드가 됩니다. 네 마리의 말들의 소유자는 릴런드 스탠포드로 적혀있습니다.

무엇보다 <움직이는 말>은 <달리는 샐리 가드너>(Sallie Gardnet at a Gallop)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네 마리의 말 중 샐리 가드너의 버전이 가장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리는 샐리 가드너>는 6장의 카드가 들어있는 <움직이는 말> 중의 하나일 뿐이지 그 전체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외 C. 마빈(C. Marvin)과 G. 돔(G. Domm)이라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데 C. 마빈은 에이브 에징톤과 옥시덴트가 끄는 마차의 운전자로, G. 돔은 샐리 가드너의 기수로 나옵니다.

1878년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제작한 사진 모음집 &lt;움직이는 말&gt;로 샐리 가드너라는 말의 달리는 모습이 12장 순차적으로 찍혀 카드에 담겨있다.
사진 모음집 <움직이는 말> 속 샐리 가드너의 연속 사진 카드(1878).

사진 출처=By Eadweard Muybridge - Library of Congress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https://www.loc.gov/pictures/item/97502309/,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4185221


<움직이는 말>과 흑인 기수

영화 <놉>의 등장인물 에메랄드는 영화의 시초로 알려진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연속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연속 사진 속에 흑인 기수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가 자신의 조상이라고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흑인 기수의 이름을 알리스티어 E. 헤이우드(Alister E. Haywood)라고 칭하지만 알리스티어라는 흑인 기수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며 영화 전개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놉>에서 나오는 흑인 기수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 거짓인 것은 아닙니다.

우선 <놉>에 나오는 말의 연속 사진이 1878년의 <움직이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영화에 나오는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은 <움직이는 말>과는 아예 다른 연속 사진이며 <움직이는 말>에는 흑인 기수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연속 사진은 <움직이는 말>이 아니라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동물 운동>(Animal Locomation)이라는 책 속의 플레이트 626(Plate 626)입니다. 자세히 보면 1878년에 만들어진 <움직이는 말>의 샐리 가드너와 1887년에 만들어진 플레이트 626은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 1878년의 샐리 가드너보다 1887년의 플레이트 626가 세밀한 부분에서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또한 <움직이는 말> 중 샐리 가드너의 기수인 G. 돔은 백인이었지만 플레이트 626 속 말 애니 G.(Annie G.)의 기수는 영화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흑인이었다고 합니다.

G. 돔은 릴런드 스탠포드의 농장에서 일했던 주식 관리자인 길버트 돔(Gilbert Domm)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추측이 가능한 것은 이름의 이니셜이 카드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와 반대로 플레이트 626 속 애니 G. 의 흑인 기수는 그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그가 누구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이렇듯 역사에서 잊힌 존재가 영화 <놉>에서 중요하게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관람한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래 영상은 움직이는 말이라는 제목과 함께 1878년이라고 하였지만 실제로 영상 속 연속 사진은 1878년에 만들어진 사진 모음집 <움직이는 말> 중 하나가 아니라 1887년에 만들어진 애니 G. 가 등장하는 플레이트 626의 연속 사진입니다.)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동물 운동> 속 플레이트 626(1887).



<움직이는 말>이라는 활동 사진의 의미

사진 모음집인 <움직이는 말>은 각각의 사진으로만 보면 멈춰있지만 이어 붙이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듯 <움직이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이미지의 연속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영상의 시초이자 영화의 시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화가 초기에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의미를 가진 활동 사진(=모션 픽쳐, motion picture)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그 특성이 드러납니다.

활동 사진의 개념은 이후 프레임 단위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현대 영화의 기초가 되는 이러한 발전은 시각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며 지금의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옛말이라고도 불리는 활동 사진은 영화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영화의 탄생과 발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봐야 합니다.


<움직이는 말>은 최초의 영화?

그렇다면 <움직이는 말>을 최초의 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말>은 최초의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움직이는 말>은 연속적으로 찍은 사진의 모음집으로 사진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진을 이어 붙인 것이지 영상을 찍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초의 영화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움직이는 말>은 멈춰있는 사진과 다르게 연속 사진으로 움직임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영상과 영화의 시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움직이는 말>이라는 연속 사진을 통해 영화의 시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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